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적어도 18세기 후반까지 심리학은 독립적인 학문이 아니라 철학의 한 범주에 해당되었다.
그동안 인간의 본질에 대한 다양한 심리학적인 질문이 존재했지만, 모두 철학의 입장에서 답을 추구했다.
예를 들면, 마음(mind)과 몸(body)은 하나의 실체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인지 [이러한 입장을 '심신일원론(monism or nondualism)'이라고 함] 아니면 두 개의 서로 다른 실체로서 별개인지 [이러한 입장을 '심신이원론(mind-body dualism)'이라고 함]의 질문은 고대부터 근래에까지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철학적 과제였다.
그 밖에도 인간에 대한 수많은 질문이 있는데, 그들의 대다수는 아직도 현대 심리학에서 큰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주제가 되고 있다. 인간에 대한 현대 심리학에서의 연구는 자연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응용하면서부터, 다시 말하면 철학적인 접근 방법에서 탈피하면서부터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대 심리학에서는 마음과 몸이 따로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는 심신이원론을 일축하게 되었다. 그 대신 몸이 아프면 심리적으로 약해질 수 있고, 심리적으로 불편할 경우 몸에 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관점[그 예로 정신신체질환(psychosomatic disease)]을 들 수 있음] 이 더 지배적이다.
인간에 대한 심리학적인 연구가 자연과학적 배경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1800년대 중반 무렵이다.
당시 페흐너(Gustav Fechner, 1801~1887)는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한 법칙을 양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서 연구한 결과, 자극의 물리적인 강도와 심리적인 감각 사이의 관계를 양적으로 측정하는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이라고 부르는 분야를 발전시켰다. 페흐너의 연구는 인간의 마음을 자연과학적 접근 방법으로 연구하는 현대 심리학이 탄생하는 기초가 될 수 있었으며, 후세의 심리학자들은 그를 실험심리학의 개척자로 평가하고 있다.
1. 페흐너의 심리학 실험 연구: 심리물리학의 창시자
구스타프 페흐너(Gustav Theodor Fechner)는 현대 심리학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물리학자다.
그는 **심리물리학(psychophysics)**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창시했으며, 인간의 감각 경험을 측정하고 이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한 최초의 학자다. 그의 실험 연구는 심리학을 과학적으로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감각 자극과 주관적인 경험 간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노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 페흐너의 심리학 실험 연구의 배경
페흐너의 연구는 철학적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인간의 정신적 경험(심리)과 물질적 세계(물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했다. 당시에는 정신적 경험이 과학적으로 측정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페흐너는 이를 실험과 수학적 분석을 통해 연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외부 자극이 심리적 감각으로 어떻게 변환되는가?"라는 문제를 풀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실험적 방법론을 도입했다.
3. 페흐너의 주요 연구: 심리물리학과 페흐너의 법칙
페흐너는 감각과 자극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페흐너의 법칙(Fechner's Law)**을 제안했다.
이 법칙은 자극의 크기와 그에 따른 감각의 강도 사이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설명한다. 페흐너의 연구는 **에른스트 하인리히 베버(Ernst Heinrich Weber)**의 작업을 확장한 것으로, 베버는 자극의 변화가 일정한 비율로 이루어질 때만 사람의 감각 차이가 인지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베버의 법칙이라 한다. 페흐너는 베버의 법칙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법칙을 제안했다.
- 페흐너의 법칙: 감각의 강도는 자극 강도의 로그에 비례한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S=k⋅log(I)S = k \cdot \log(I) 여기서,- SS : 감각 강도
- II : 자극 강도
- kk : 비례 상수
이 법칙에 따르면, 자극 강도가 일정 비율로 증가해야만 우리의 감각이 일정한 강도로 변화를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주 어두운 방에 작은 촛불을 켜면 쉽게 인식할 수 있지만, 이미 밝은 방에 같은 촛불을 켠다면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이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4. 페흐너의 실험 방법: 자극과 감각의 측정
페흐너는 인간 감각의 민감도를 측정하기 위해 **절대역(absolute threshold)**과 **차이역(difference threshold)**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 절대역(Absolute Threshold):
- 인간이 특정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극 강도.
- 예를 들어, 아주 조용한 환경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약한 소리나 어두운 방에서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가장 희미한 빛 등이 절대역에 해당된다.
- 차이역(Difference Threshold):
- 두 자극 간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차이.
- 예를 들어, 1kg 무게의 물체와 1.1kg 물체의 무게 차이를 손으로 느낄 수 있다면, 그 차이가 차이역이다.
페흐너는 이러한 역치 값을 측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 방법을 사용했다.
- 한계법(Method of Limits): 자극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참가자가 자극을 감지하는 순간과 감지하지 못하는 순간을 확인하는 방법.
- 고정 자극법(Method of Constant Stimuli): 자극 강도를 무작위 순서로 제공하여 참가자가 자극을 감지할 확률을 분석하는 방법.
- 조정법(Method of Adjustment): 참가자가 스스로 자극 강도를 조정하여 특정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고하도록 하는 방법.
5. 페흐너 연구의 의의
페흐너의 연구는 심리학이 철학적 사색에서 벗어나 과학적 기반을 갖춘 학문으로 자리 잡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는 인간의 감각 경험을 수학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를 통해 심리학을 더욱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학문으로 발전시켰다. 그의 심리물리학 연구는 현대 심리학의 여러 분야, 특히 인지심리학, 신경심리학, 감각 및 지각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페흐너의 연구는 오늘날의 다양한 실용적 응용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인간이 소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그의 연구는 청각학과 음향 공학의 발전에 기여했다. 또한, 페흐너의 법칙은 마케팅에서도 활용되며, 제품의 변화(예: 가격 인상)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크게 느껴질지를 예측하는 데 응용된다.
6. 결론
페흐너의 실험 연구는 인간의 감각 경험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초석을 마련했으며, 심리학이 자연과학적 연구로 인정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연구는 인간 행동과 감각의 관계를 명확히 규명함으로써 심리학이 더욱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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